송편대신에 끌로뽄 먹는 반쪽추석
" 한솔아 니 송편 먹어 본적 있니?"
" 글쎄 먹어 본 것 같기도 하고 기억이 나지 않아 잘 모르겠다."
" 한솔아 니 그럼, 송편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아니?"
" 응, 모양은 알아 인터넷에서 봤다. 이렇게 둥글고......."
아들은 송편모양을 설명하기 위해 두 손을 합장하면서 둥그런 송편모양을 만들어 보였다.
그랬다.
내가 아들에게 송편이라고 건네준 기억이 안 나는데 아들도 당연히 안 나겠지.
기억이 난다면 한국에서의 마지막 추석이 3살 때 일인데 대단한 일이겠지!
인도네시아로 옮겨와서는 아들도 나도 송편을 먹어 본 적 아니 구경도 못해봤으니.......
인도네시아 끌로뽄(kelopon)
나는 송편이 먹고 싶을 때 인도네시아 끌로뽄(kelopon)을 먹는다.
모양도 기계송편만하고 색깔도 솔잎을 넣어 만든 것처럼 초록색이다.
끌로뽄은 작은 송편 모양으로 갈대처럼 생긴 스리풀잎을 찧어 녹즙을 낸 다음
찹쌀가루와 반죽한다.
작은 송편모양으로 만들고 속은 흙설탕을 넣고 뜨거운 물에 넣는다.
다 익으면 동동 떠오르고 빛깔도 진한 초록색으로 된다.
물에서 건져 낸 끌로뽄이 서로 달라붙지 않도록 야자가루를 뿌려 준다.
맛은 찹쌀이라 쫀득쫀득하고 설탕이 들어 달콤하며 야자가루가 씹히기에 고소하다.
한마디로 맛있다.
지금 쯤, 한국에 살고 있다면 익은 밤도 먹고 포도 먹고 분주한 명절분위기에 휩싸일 터인데,
여긴 자카르타가 아니라서 명절분위기는 전혀 없다.
지난 달 인도네시아 명절 때 쉬는 날이 며칠 있다며 딸아이가 잠시 다녀갔다.
그때 추석 때는 쉬는 날이 없어 못 내려 온다고 했다.
남의 나라에 살다보니 그 나라가 명절이면 우리도
덩달아 명절 흉내내고 정작 우리고유의 명절 때는
평일이라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마음은 한국 텔레비전에서 방송해주는 귀향 객들의 움직임에 대리만족과 감정이입 해가면서 부지런히 시청할 뿐이다.
어제 큰딸아이 전화했다.
추석 때 사원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식사하는데 엄마도 함께 했으면 좋겠는데 하면서 많이 아쉬워했다.
저녁자리를 함께 하자고 일부러 비행기 타고 갈 수 없잖아,
동생과 함께 나가서 즐거운 시간 보내라 말해주면서도 사람들 만나 걸 너무 좋아하는 나인지라 사실은 나도 많이 아쉽다.
그러고 보니 하루 종일 비워놓을 집을 마련하기 위해 하루 종일밖에 나가서 돈 번다는 말이 생각난다.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각자 주어진 일에 살아가다보니 다섯 식구가 세 곳에 나뉘어져 살아간다.
하긴 이 글로벌시대에 온 가족이 흩어져 살지 않고 모여 사는 가정이 과연 몇 가정이나 될까.
흩어져 살더라도 가족들이 모일 수 있는 것이 바로 명절인데 거리가 멀다보니 그것마저도 쉽지가 않다.
외국에서 보내는 반쪽추석이지만,
그래도 추석을 생각하면 어릴 적 행복했던 기억으로 내 마음은 밤하늘의 보름달처럼 환해진다.
행복한 추석 풍성한 추석 즐거운 추석 웃음이 가득한 추석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