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김 일상/SNS 취재 활동

짝사랑하던 사람에게 고백받은 말보다도 더 기쁜 말

이부김 2011. 2. 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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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도네시아 살면서 한인회에 봉사할 일이 어떤 있을까, 고민해 본적 있다.


수년 전 ‘동부자바 사람들‘ 이라는 월간신문을 출간하면서 한인회로부터 글 부탁을 받았다.

창간호부터 다섯 달 정도 이곳에 살면서 공감해도 좋은 글을 실었던 적 있었다.

지역한인회라서 그런지 돌아오는 반응은 글 내용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와는 다른 내 가정 이야기들을 수다 소재로 떠돌았고,

내가 들어서 교훈이 될 이야기보다는 기분상할 이야기들만 어떤 사람으로부터 잔뜩 전해져 왔다.

결국 나는 글을 중단했다.

 

그리고 한참 후 또 부탁이 들어왔지만 나는 핑계를 대면서 거절했다.

그 당시 한국의 여러 잡지사나 인터넷에서 내 글을 ‘객원기자’ 뭐 이런 호칭으로 초청한다며 글을 달라는 곳이 종종 있었다.  

멀리 외국의 이야기들은 공짜로 페이지 장식하려는 그들의 속셈(?), 그런 일에도 마음이 내키지 않아 한두 번 주고는 말았다.

 

그리고 하루의 해가 기울더니 일주일이 지나고 몇 년이 흘렀다.

그때 자카르타 한인뉴스 편집자에게 연락이 왔다.

예전에 내 글 허락도 없이 두 어번 실었던 것이 생각도 나서 차라리 한인뉴스에 글을 보내주는 것이 낯선 잡지사로 주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편집자와 이야기 끝에 나는 글을 보내주기로 했다.

그때 한인회에서 지어준 코너 이름이 바로 『별과 달이 비추는 오지의 마을』이다.

 

 

 

한인뉴스에 매달 두 세 페이지씩 글을 적는 것이 벌써 3년이 넘었다.

일 년 동안은 사람들에게서 별 반응이 없었다. 한인들과 접촉이 없었으니,

이년 째부터는 만나는 지인들마다 "그곳의 사람들은 정말 그런가요?" 관심있어 묻기고 하고 재미있다는 인사를 들었다.

 

작년 같은 경우에는 자카르타 한국식당에 갔을 때 일이다.

촬영마치고 한국식당에 가서 피디와 식사하는데 낯선 한국 아주머니가 와서 고개를 숙이며 나에게 인사를 했다.

“ 한인뉴스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

” 네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

그렇게 공손한 인사는 처음 받아서 엉겁결에 놀라면서 얼른 감사의 답례를 했다.

하도 기분이 좋아서 먹던 된장찌개를 옷에 떨어뜨릴 뻔 했다.

다음날 다른 식당에 갔는데 또 그런 인사를, 삼일 째 계속 그런 인사를 받았다.

피디가 ‘무슨 인사냐’고 나에게 물어왔다.

 

이은 소설가와 함께 촬영다닐 때의 일이었다. 내 일과 글의 소재를 보면 

‘그냥 여행가로 스쳐가면서 보는 것이 아니라,

현지에 살면서 한국인의 눈과 코와 입이 되고 양국의 양면성을 가지는 글이기에 상당히 귀한 것’이라며

정신적으로 상당히 힘이되는 응원을 해 주었다.

그리고 딸아이가 가끔 전화로 어떤 분이 어떤 이야기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셨어. 그리고

"상무님이 '엄마 왕팬이라고 전해 드려라' 하시며 다음 달에는 무슨 이야기가 실리는지 물으셨어"

그렇게 전해듣는 말 한마디는 짝사랑하던 사람에게 고백 받은 것보다 더 기쁘고 나에게 힘이 되는 말이었다.

 

올해들어 한인뉴스 책자배달이 자꾸 늦어지고 있다.

메일을 보냈더니

   

 

 

 

 

 

내 생각에는 아마도 한인들이 살아가는 공간(인도네시아)이 같고

날마다 대하는 사람들(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습성이나 문화가 같기 때문에 공감이 더하리라 생각된다.

 

나는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 를 좋아한다. 그가 한 말

‘백사람이 한번 읽고 마는 시보다 한 사람이 백번 읽는 시를 쓰고 싶다‘고 했다.

나도 그런 글을 쓰는 것이 내 꿈이자 현실이길 바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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