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삼 맛본 솔로왕국의 시누훈(Sinuhun)
왕궁 행사 촬영하면서 / 1
한국인삼 맛본 솔로왕국의 시누훈(Sinuhun)
별과달
2010년 7월 8일은 인도네시아 솔로왕국(Keraton_Surakarta_Hadiningrat) 제 13대왕 시누훈빠꾸부워노(SINUHUN Pakubuwono XIII) 즉위 6년째 기념일이다.
그 행사를 촬영하기 위해 제작진과 함께 입궁하려는데 문지기가 말했다. 왕실의 가족이 아닌 사람과 특별손님은 사미르(Samir)노란색 바탕의 빨간색 줄을 목에 걸고 입궁해야 한다. 그것이 왕궁의 법도란다. 일반인들도 왕궁을 관광할 수 있지만 우리처럼 특별한 지역엔 들어가지 못하고 바띡을 입으면 더 좋다고 했다. 솔로가 바띡의 본고장이니 흔쾌히 바띡(batik) 사서 입었다. 난 여자니까 사룽까지 걸쳤다. 하체를 칭칭 감은 사룽은 제자리걸음하는 듯 걸음이 느리고 불편하기 짝이 없다.
이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사실 촬영협조로 공문서도 미리 보냈다. 그런데 MOU도 작성해 와서 사인하라고 한다. 그것까지는 괜찮다. 그런데 멀쩡한 사무실 놔두고 하필 왕궁의 고목아래 앉아서 하자고 했다. 구두를 신고 다닌 탓에 발이 아파 나는 사룽 걸쳤다는 생각을 잊고 땅바닥에 앉다가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이런, 실수를 아름답게 하기 위해서 내가 먼저 소리 내어 웃으면서 “어떻게 앉아야 하나요?” 물었다. 왕의 여동생이 사룽은 앉을 때 무릎을 꿇고 앉아야 넘어지지 않는다고 일러주었다. 그날 난 내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공손하게 무릎 끓고 MOU에 사인했다. MOU를 마친 뒤 왕을 언제 쯤 왕을 만날 수 있냐고 물었더니 확실한 건 잘 모르겠다고 한다. 분명히 된다고 했고 그렇게 계획했는데. 이것 참 낭패다.
3년 전 인도네시아 국영방송 TVRI와 KBS가 합작으로 3주 동안 다큐멘터리 제작한적 있었다. 그 당시 족자왕궁(Keraton jogja)의 술탄(왕)과 인터뷰 시간을 이십 여분 밖에 얻어내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그땐 합작이기에 내 책임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나 혼자 모든 것을 주선하였기 때문에 정말 갑갑했다. 아니다 솔직한 표현은 속이 터졌다.
그러나 난 왕을 만나기만 하면 내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 그는 인도네시아 솔로의 왕이지만 나는 한다면 하는 의지가 강한 한국인이다. 게다가 아줌마다. 아줌마는 엄마와 여자를 겸비한 수퍼우먼이기 때문이다. 왕궁의 책임자에게 그럼 당신은 왕에게 우리가 왔다는 소식은 전했는지 물었고 그렇다면 왕을 만날 기회만 알려주면 내가 직접 만나겠다고 말했다. 그가 알려 준 그 시간이 바로 오늘 오후다.
말레이시아 왕국에서 왔다. 정복 입은 사람들은 수십 명이나 되었고 솔로 왕으로부터 공로훈장을 받았다. 그중에 서 나는 정복에 배지가 가장 많이 달린 분과 인터뷰를 했더니 그는 재인니 말레이시아 대사관Minister Counsellor(education)였고, 즉위기념축하 겸 온 사절단원들이었다. 말레이시아 왕국과 솔로 왕궁은 동맹을 맺었고 솔로 왕궁에서도 말레시아로 가서 공로훈장을 받는다고 했다. 공로훈장 수여행사가 끝나고 왕을 잠깐이나마 만나야 하기에 왕 가까이 갔었다.
예쁘게 차려입은 왕비가 나서서 어떤 남자와 이야길 하라고 했다. 그가 누구냐고 물으니 왕의 남동생이란다. 그와는 볼일이 없다고 말했다. 나는 왕 앞에 가서 내 소개하고 제작진이 준비해 온 인삼을 내밀었다. 파란 이끼 속에 점잖게 누워있는 인삼을 들고 나는 인삼장수가 되어 한국인삼의 효능을 설명했다. 그리고는 잔뿌리 하나 뚝 잘라 씹으면서 왕에게도 권했다. 왕은 나를 쳐다보더니 인삼을 받아 씹었다. 옆의 사람들은 아주 신기한 듯이 웅성거리면서 인삼한번 쳐다보고 왕 한번 쳐다보았다. 어떤 사람은 인삼을 만지고 싶어 손을 가까이 대기도 했다. 그때 말레시아 한사랑이 왕에게 어떤 맛이냐고 묻자. 쓴 맛이긴 한데 뒷맛은 달콤하다고 대답해 주었다. 그 말레시아 사랑은 한국인삼을 들어만 봤지 실제로 보진 못했다며 실뿌리라도 한번 씹어봤으면 하는 눈빛으로 껄떡거렸다. 그 껄떡거림이 유난했던지 왕은 인삼이 든 통을 닫아 비서에게 건네고 말았다.
내 마음에선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촬영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어떻게 6년근 인삼을 대가없이 건네줄 수 있단 말인가. 왕과 이런저런 이야기는 계속되었고 나는 입을 쳐다보다가 입안의 인삼을 다 삼키기 전에 사적으로 만나 취미와 여러 가지를 취재하길 원한다고 전했다. 왕은 입안의 마지막 인삼을 삼키면서 이틀 후, 즉위기념일 행사마치고 집에서 만나자고 말했다. 나는 그 약속을 다른 사람이 들으라고 일부러 큰소리로 두 번이나 확인하면서 그곳을 나왔다.
다음편.......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