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김 일상/문학과 사진
겨울 은유 · 1
이부김
2008. 9. 25.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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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은유 · 1
이 용 섭
치주염을 앓고 있는 나의 치아는
뿌리까지 흔들리는 슬픔을 씹다가
벗은 가지 위에
영하의 실핏줄을 떠는
차고 시린 아픔을 만난다.
마흔세 가닥 바람의 갈피마다
새로 뽑는 못자국의 통증들
뚫린 어둠 속에는 언제부턴가
눅눅한 바람이 불었다.
미진한 손길로도
쉽사리 허리 드러내는 겨울
모로 눕는 들판은 잠을 잃고
때로 빛나는 투명한 눈물들이
문패없는 아버지의 쓸쓸한 어깨 위에
맨발의 슬픔으로 내릴 때
눈물 많은 나의 사랑도
진즉 떠난 그 자리
처음의 얼굴로 돌아오는가
얼어붙은 꿈자리의 바람벽에 묻어 오는
잦은 기침 소리로 오는가
아직은,
아직은 작은 불씨로 남아
서로의 체온을 지켜주는 우리들
아린 사랑아
빈 강으로 추억을 앞세우고 돌아오는
노을을 보아라
시리면 시릴수록
차면 찰수록 더 견디고
더 참아야 하는 새벽강의 여윈 가슴에
얼굴을 묻고
점자(點字)처럼 손끝에 와
마음으로 눈뜨게, 귀 열게 하는
따뜻한 겨울을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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