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모집/늘샘최원현수필

'기도해 주셔야지요'

이부김 2008. 9. 23.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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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도해 주셔야지요'

 

                                               최원현

 

우 리 교회 담임목사님이 입원을 하셨습니다. 생각잖게 큰 수술까지 받고 여러 날을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수술 다음 날 찾아뵙고 병실 침대 위의 목사님 모습을 보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습니다. 목사님을 두르고 있는 외로움 같은 것, 왠지 미안하고 죄송스러웠습니다.

 

  목사란 수많은 교인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고 슬픔을 닦아주는 자리입니다. 그저 주는 자리입니다. 사람들은 그것이 아주 당연한 것으로 압니다. 마치 우리들의 어머니가 아낌없이 주는 나무인 것처럼 목사 또한 신앙의 어머니로 한결같이 주는 나무입니다.

그 런데 그런 분이 지금 병상에 누워있는 것입니다. 인사를 하고 나오려는데 ‘기도해 주셔야지요.’ 하시며 손을 잡으시는 것이 아닙니까. 순간 왈칵 눈물이 나왔습니다. 늘 기도만 해주었지 막상 당신이 힘들고 어려운 때라도 기도를 받아본 적은 거의 없으셨을 것입니다. 물론 온 교우들이 목회자를 위해 드리는 기도야 한 시인들 끊이겠습니까마는 막상 병상에 누운 모습으로 어쩔 수 없이 가장 약한 인간의 모습으로 있게 될 때 그 외로움과 두려움과 불안은 누구나와 같을 것입니다. 사모님께서 지켜보고 계시는 가운데 내손을 꼭 잡으신 목사님의 손을 같이 잡고 기도를 드렸습니다. 내가 병상에 있을 때가 생각났습니다. 하나님의 사랑하심이 절절이 가슴 가득 넘쳐났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나서도 눈물을 억제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 주님께서는 광야에서나 바닷가에서나 산에서까지도 우리를 위해 기도하시고 먹이셨지만 정작 당신께서 십자가를 지셔야 했을 때는 오직 혼자셨습니다. 인간으로 돌아와 섰을 때의 불안과 공포 두려움 슬픔, 오죽했으면 그 잔이 비켜갈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 하셨을까요. 밤 새워 산 위에 올라 기도할 수밖에 없으셨던 주님을 생각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순간에도 생리적인 현상조차 극복 못한 채 졸음을 이겨내지 못했던 제자들을 생각했습니다.

 

목사님의 모습을 보며 예수님을 생각합니다. 모든 것은 하나님의 뜻으로 되겠지만 그렇기에 더욱 더 기도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임을 다시 생각합니다. 하나님께선 그렇게도 우리로 하여금 당신의 나라를 체험케 하심입니다.

내가 큰 수술을 몇 번씩 받은 때에도 그 때마다 늘 나 먼저 수술실에 와 계시던 주님, 오늘 나의 목사님을 위한 기도도 주님의 한량없는 사랑과 은혜에 대한 감사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병들어 병원 신세를 지면서 드리는 기도는 병을 빨리 낫게 해 주십시오 하는 기도보다 지금까지 건강하게 지켜 주셨던 것에 대한 감사가 먼저입니다. 미처 무엇이 은혜요 축복이었는지를 깨닫지 못했다가 막상 병들어 입원하고 고통을 당하면서 비로소 그 사랑이 얼마나 큰지 얼마나 큰 축복 속에 살았었는지를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그 분의 고통과 아픔과 슬픔에 작게나마 동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분은 늘 그러셨습니다. 당신의 은혜가 늘 내게 넘친다고.

 

  목사님의 병실을 나오며 우리 삶에 신호등으로 인도하시는 사랑을 봅니다. 녹색 불, 빨간 불, 노란 불, 모두가 다 은혜였습니다.

 

  며칠씩 금식을 하면서 기다려지는 밥 한 숟가락의 소망, 그동안 수없이 밥을 먹어 왔으면서도 제대로 감사해 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에서의 팥죽 한 그릇이 떠오릅니다. 그 순간의 에서에겐 팥죽 한 그릇보다 더한 것은 없었을 것입니다. 사람이란 그렇게 지극히 현실적인 존재입니다.

 

  내 경험으로는 막상 병상에 있으면 기도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때 생각한 것은 건강할 때 평상시 기도의 저축을 많이 해 두어야 하겠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역경과 만나면 기도를 절실하게 더 많이 할 것 같은데 약한 것이 인간이라 마음은 원이로되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나를 위한 기도뿐 아니라 남을 위한 중보기도도 많이 저축해 두어야 할 것입니다. ‘기도를 쉬는 죄’, 분명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책임과 사명을 잊는 일일 것입니다.

 

  목사님의 병실에서, 그리고 내가 입원 했을 때 그 병실에서 늘 함께 해 주셨던 주님의 사랑을 생각하면 지금 이 순간 나와 함께 하고 계신 주님을 또 잊고 있구나 생각하며 깜짝 놀랍니다. 기도는 진정 호흡과 같다는 말이 맞습니다. 유일하신 그 분과의 체널입니다. 생명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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