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착각
내 것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이 이름이다.
그래서 이름이 예쁘면 자기 소개할 때도 기분이 좋아진다.
나는 내 이름(星月)이 아주 예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뜻을 풀어 닉네임으로 하면 아주 예쁘다.
부모님이나 친지, 동네 어른들이 항상 내 이름 끄트머리 자만 부르셨다.
마을에서 어른들을 만나 인사하면 “ 그래. 월이구나!” 하셨다.
그렇게 듣고 자라다보니 '월아' 하고 불러주는 것이 차라리 더 친근감을 느낀다.
꽤 오래전 일이다.
친정에 갔었는데 어머니가 마당에 있는 강아지에게 밥을 주려고 부르신 모양이었다.
둘째 딸아이가 6살 때 가만히 듣고 있다가
“ 할머니 왜 강아지에게 엄마 이름으로 불러요?”
“ 내가 언제?”
“ 방금 워리 워리(월이)라고 불렀어요.”
그 때까지 그렇게 생각해 본적이 없던 어머니는
“ 아이고 이 할머니가 미안하다. 그러면 엄마 이름 안 부를게”
하고 다시 강아지를 부르셨는데 이번에는
“ 더꾸 더꾸(덕구) ”라고하면서 부르신 모양이다. 그랬더니 딸아이가
“ 할머니 이번에는 아빠 이름이네요”
“ 응...???”
그날 모인 동네 어른들은 한바탕 웃음 마당이 되었다고 어머니가 전해 주셨다.
나의 선생님은 지금도 메일에 ‘월아! 잘 지내고 있니?“ 하고 보내신다.
어른이 되었어도 선생님에겐 내가 아직도 중학생이고 또 그렇게 불리는 것이 나는 좋다.
나에게 ‘별님’이라고 부르는 아주 연로하신 선생님 한분이 계신다.
'월아' 하며 부르셔도 괜찮다고 해도 아주 오랫동안 한결같이 별님이라 그렇게 부르셨고
지금도 메일에는 이름대신 ‘별님 오늘은... ’이라고 적어 보내신다.
그냥 블로그에서는 서로 '별과달님'이라고 부르는 것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늘 그렇게 부르시기에 나를 공주처럼 특별 대우해 주시는가 보다.
이런 애칭은 처음으로 듣는데 ‘별아‘도 아니고 ‘별님’ 메일 열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어느 날 기회가 되어 여쭤보기로 했다.
“ 왜, 저에게 ‘월아’하고 이름을 부르지 않고 ‘별님’이라고 부르세요?”
그 분의 대답은
“ 월이, 워리 라고 부르려니까 마치 강아지를 부르는 것 같아서 ‘별님’이라고 해”
아 맞다! 내 이름이 월이지, 이렇게 미화시켜 불러주시니 감사하다만 차라리 묻지나 말걸.
하지만 순간, 나는 십여 년 전의 딸아이의 말이 생각나서 얼마나 낄낄 웃었는지도 모른다.
아줌마들은 빈말인 줄 알면서도 ‘처녀 같다’는 말에 하루가 즐겁다더니...
지금도 감기 걸리듯이 나는 가끔 공주병에 걸려 착각이 수위를 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