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물 중에 선물 >
이른 새벽 뉴스 취재하려고 집을 나섰다. 오늘은 어떤 사람들을 만날까,
생각하면 새벽공기가 더욱 신선하게 내 몸을 관통하는 느낌이다.
거리에는 자전거와 오토바이들만 출근하고 학생들은 방학이라서 안 보인다.
시내를 벗어나 면을 거쳐 동사무소까지 왔다. 워노로조 동사무소에서 약 4천여 명의
주민들이 합동 주민등록증 갱신하는 날이다.
동사무소 앞에는 솜사탕 장수와 팝콘 장수들이 미리 와 있고 건네 편에는 아침 식사로
볶음밥도 팔고 있다.
시골로 취재를 가면 고향 같아 좋긴 한데 가장 불편한 것이 식당 찾는 일이다. 여기도 시골이라 식당이 너무 허름해서 도저히 못 먹겠기에 운전기사와 카메라맨에게
아침을 시켜주었다. 나는 따뜻한 홍차나 마실까 하는데 옆에 바나나가 있기에 밥 대신으로
먹었다. 바나나가 잘 익어 끈적거리는 감 홍시 맛인데 작은 알맹이들이 소복하게 들어
있었다. 난생처음 씨 있는 바나나를 먹었는데 너무 감칠나게 맛있어 3개나 먹었다.
시간이 되자, 동사무소로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잔치 집 오는 것처럼 꾸며서 온 사람도 있고 가족나들이처럼 온 사람들도 있었다.
분주한 현장을 취재하고 잠시 휴식시간이다.
금요일 오전 11:30분 되면 모든 업무는 정지되고 이슬람 사원에서 대예배를 드린다. 예배 후 점심식사를 함께 해결하기도 한다. 갑자기 동장이 자기네 집으로 가자고 한다.
나는 두 시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갔다. 점심식사 준비가 마련되어 있었다. 함께 식사하는
사람들은 동사무소 직원들과 그 외 사람들 모두 남자들인데 열 명이었다.
취재하러 다니다 보면 현지인들 집에서 식사를 더러 대접 받지만 전혀 못 먹겠어도
적어도 예의는 갖춘다. 나는 늘 취재하는 일은 새로운 정보와 문화를 접하고 이런 것을
시청자들에게 알리는 일, 이건 나의 신나는 체험이라며 혼자 즐거워하며 다녔다.
다른 때는 그런 생각이 안 들었는데 그날따라 ‘내가 하는 일이 험한 일인가, 이런 남자들과
함께 식사를 마주하고 있나, 시골 사람들이 아주 잘 차린 대접이었는데도 고마운 생각
보다는 나 자신에 대하여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아니 삶에 회의마저 느껴졌다.
정신적으로 강해야 육체도 피곤함을 모른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내 몸은
차안에서 이미 녹초가 되었다. 대문에 들어서자 쓰러질 것만 같다.

딸아이가 웃으며 건넸다.
" 엄마 한국에서 소포가 왔어 책이야! "
와~ 좋다!. 어떻게 좋으냐면
메일 읽을 때도 마음은 설렌다. 그러나 편지를 받으면 더욱 마음이 설렌다. 그런데 소포
그것도 외국에서 온 소포를 받으면 기분이 연줄 끊어진 방패연처럼마냥 날아간다.
선물, 봉투 안의 선물은 책이었다. 책을 선물 받으면 내 마음은 선물중에 선물을 받은 것 같다. 그런 책은 누구에게 받은
날짜와 다 읽은 날짜를 꼭 적어 두고 줄을 그어가면서 읽는다. 그래서 아이가 나 보고 엄마는 책 읽기를 시험 공부하듯 한다고 말 할 때도 있다. 그리고 그 책은 절대로 남을
빌려주지도 않는다. 몇 십 년이 가도 항상 눈앞에 보관을 한다.
선 물, 봉투 안의 선물은 책이었다. 책을 선물 받으면 내 마음은 선물중에 선물을 받은
것 같다. 그런 책은 누구에게 받은 날짜와 다 읽은 날짜를 꼭 적어 두고 줄을 그어가면서
읽는다. 그래서 아이가 엄마는 책 읽기를 시험 공부하듯 한다고 말 할 때도 있다. 그 책은 절대로 남을 빌려주지도 않는다. 몇 십 년이 가도 항상 눈앞에 보관을 한다.
최 원현 선생님의 < 기다림의 꽃> < 오렌지 색 모자를 쓴 도시>라는 수필 집이다. 포장도 책 앞에 메시지도 아주 정성스럽게 적어 보내 주셨다. 선물을 받으니 뜨거운
여름 날 담벼락에 축 늘어진 호박잎처럼 처져있던 내가 한줄기 소나기를 맞아 싱싱해진
기분이다.
멀리서 귀한 수필집을 보내주신 최원현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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