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핸드폰의 배터리가 없어 켠 상태로 충전 시켜 놓고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에 핸드폰에 쏘옥 들어가야 할 배터리가 끼워도 툭, 하며 자꾸 튀어나와 버린다.
배터리를 자세히 살펴보니 불룩하고 휘어졌다. 오후에 나는 핸드폰을 당장 새것으로 바꿨다.
그런데 내 핸드폰을 보고 아들 녀석이 대뜸 한다는 소리가
< 핸드폰 너 참 신형이구나! 그런데 핸드폰 네가 주인을 잘못 만나 제 기능을 다 발휘하지 못 할거야
내 생각에는 네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드네>그것도 큰 소리로.
하긴 난 핸드폰이 아무리 기능이 뛰어난다하더라고 전화 걸고 받고 메시지 주고 받는 것 외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내 나이 보다 젊게 컬러 링을 사용한다. 물론 아이들이 녹음해 준 것이지만,
보통 사람들이 전화를 걸면 울리는 벨 소리가
< 테테테테 텔미 텔미 나를 사랑한다고......>
우리 아이들이 전화를 걸면
< 한번 만나줘요 울랄라 제발 부탁해요 울랄라...... >
그리고 신호 가는 동안 거는 사람이 지루하지 않도록 넣은 음악이
장나라의 노래다.< 스위트 드림...... >
아들 녀석이 불쌍하다던 이 전화기가 요즘은 시도 때도 없이 울린다.
새벽 두 시, 네시, 오전, 오후......
그런데 받으면 말 안하고 그냥 끊던지 아니면 가만히 들고 숨소리만 내고 있다.
이런 일이 있은 것은 지난 12월말부터였다.
처음에 낯선 번호가 뜨기에 받았더니 아무 소리도 없었다.
그 이후로 종종 그런 일이 있어 그 번호를 메모리 해 두었다.
그런데 한 달 지난 후 또 다른 번호가 그리고 몇 달 후 또 다른 번호가 그렇게 계속 걸려 온다.
그는 누굴까? 취미가 아주 요상한 사람일꺼야?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는 사람이거나......
날마다 보내오는 메시지 자신은 지금 어디에서 식사를 하고 있고 나보고 밥을 먹었냐는 둥......
어느 날이었던가, 메시지가 연달아 열 번은 왔는 것 같다. 내가 메시지로 한번 물어 보았다.
< 메시지를 보내는 당신은 누구며 나를 아는가? >
나를 알고 내 이름도 알고 있었고 했다. 그러나 그가 정말 내 이름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는 그걸 모른다.
그렇게 소나기 메시지를 보내더니 대꾸를 하지 않자 이젠 전화를 건다. 들려오는 벨소리에
습관적으로 받으면 아무 말을 하지 않기에 나는 이제부터 그의 번호가 뜨면 아예 받지도 않는다.
여기가 한국이라면 이런 귀찮은 존재를 금방 알아 낼 수 있으련만. 
인도네시아는 번호가 입력된 칩을 사용한다. 요금도 원하는 만큼 사용하는 선불 제이다.
칩을 사용하다 보니 핸드폰을 잃어버리면 그걸로 끝이다. 주운 사람이 들어 있던 칩을 버리고
자신의 번호가 입력된 칩을 넣어 사용하면 그 때부터 그 핸드폰은 주운 사람의 것이 되고 만다.
칩은 아무데서 싼값으로 살수 있으면 한사람이 여러 개의 번호를 사용해도 무방하다.
그래서 핸드폰은 잘 잃어버리고 도둑도 많다.
다시 말하면 핸드폰은 자신의 부를 나타내는 재산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언제나 현금화 될 수 있는 그야말로 인기있는 동산이다.
오늘도 세 번인가 전화벨이 울렸다.
그 중에 한 번은 마침 교회 사람들과 모여 이야기 중이었을 때였는데 내가 이런 전화가 온다고 하자
사람들은 모두 받지 말라고 했다. 자신들에게도 그런 전화가 많이 걸려 온다며 그들은 아무 번호나 눌러서
잘못 걸었다고 말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로 서두를 꺼낸다고 했다.
한 때 인도네시아에서 '폰팅'이라고 해서 무작정 전화를 걸든 메시지를 보내서 상대방이 받아주고
서로 이야기가 통하면 만남까지 이루어진 일도 많았다. 그런 일로 인해 가출도 하고 이혼하는 사람들도
생기고 했었단다. 그런데 그런 일이 뭐 그리 좋은 것이라고 요즘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단 말인가.
그런 전화 속에는 사기꾼들도 더러 섞여 있기도 한단다.
새로 산 핸드폰이 정이 가고 벨소리 들을 때마다 신나는데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이 귀찮은 존재들 때문에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