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취재.촬영/취재 현장 이야기

마두라 소 경주(Karapan Sapi)

이부김 2007. 9. 2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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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두라 소 경주(Karapan Sapi)

 

 

『 보세요, 내 얼굴이 그렇게 난폭하게 보이나요?』

커피잔 사이로 구레나룻가 진하게 그려진 중년 남자가 말했다. 나는 대답 대신 웃음이 먼저 나왔다.

『 아니오, 농담까지 하시니 오히려 재미있는 걸요.』

내가 마두라 사람들과의 나눈 대화의 한 토막이었다. 자바 사람들이 ‘마두라’ 사람들에 대하여

말하길 ‘난폭하다, 걸핏하면 낫 들고 싸운다. 살면서 많이 들어왔다. 심지어는 목사님이 마두라

분인데 이웃 사람들에게 전도를 한다고 십 여명이 낫 들고 목사님 집으로 쳐 들어왔다는 이야길 설교시간에 들었으니. 며칠 있으면 나는 마두라 섬에 뉴스 취재하러 간다.

그들이 가장 자랑하는 소 경주(Karapan Sapi)를 취재하러. 날짜가 다가올수록 풍선만하던 내

호기심은 애드벌룬처럼 커갔다. 오늘 나는 그 궁금증의 애드벌룬을 터트리러 마두라로 간다.

마두라 섬은 아직 공항도 없고 대교도 없다. 수라바야에서는 오직 뱃길로 갈 수밖에 없다. 자,

이제 항구에 다다랐다. 나를 태운 차는 대기 중인 배 안으로 들어 간다. 배가 흔들거리자 꼭 고래에게 잡아 먹힌 것 같아 기분이 미끌미끌하다.

위층으로 올라 가 보았다. 나를 태운 배는 키 작은 굴뚝으로 울컥거리더니 한 모금씩 매연을 토해냈다. 바람이 불고 저 멀리에 마두라 섬이 보인다. 바다로 사라지는 까만 그을음. 바다니까 매연이 심해도 괜찮은지, 인도네시아니까 괜찮은지 나는 그저 어릴 적 소 죽 끓일 때 나던 굴뚝의 연기만 생각났다.

 

  

 

마두라 방깔란 광장에는 여기 저기 소들이 사람과 섞여있다. 소 주인은 소에게 계란과 자무를 먹였고,

시원하도록 온 몸에 물을 뿌려주는가 하면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 마사지를 해주었다.

사람들은 소에게 목걸이와 옷까지 입히고, 소는 소답지 않게 예쁜 치장을 하고 있었다.

소로 태어났지만, 참 호강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까라빤 사삐(경주 소)는 몸매가 말처럼 준수했다. 붉은 깃발이 흔들렸다. 얼마나 빠른지 100 미터를 9.7초에 달렸다. 인간탄환 칼루이스가 몇 초였던가, 세계 기록은 또 얼마였던가, 사진 찍으려고 화면 맞추다 보니 벌써 소들이 내 옆에서 헉헉거렸다. 아무튼 여러 번 카메라만 들이대고 쓸만한 사진 한 장 제대로 못 찍었다. 느리다는 소가 저렇게 달리자면 얼마나 많은 자극을 주었을까, 아니면 얼마나 강한 훈련을 하였을까, 그것도 아니면 정말로 마두라 사람들이 난폭해 미련스러운 소에게서도 저런 속도를 얻어 낼 수 있었을까?

 

하오의 햇살은 기울어지고 나는 소 경기장에서 나왔다. 마두라 전통 집에 도착하니 그곳이 우덩(남자들 머리에 쓰는 것) 만드는 곳이었다. 아주머니는 취재하러 간 나를 무척 반겨 주었다.

특별 음식이라며 소또 마두라(닭고기와 카레)과 음료까지 대접했었다. 배가 고프지 않아 음식을 먹는 대신 예의로 소품 몇 가지를 샀다. 내 주위에는 마두라 사람들이 많이 둘러 앉아있었다.

 

나는 이제 호기심의 풍선을 터트릴 때가 되었다. 먼저 농담을 주고 받고 물었다.

『 아저씨, 인도네시아에서  9년 동안 살면서 많이 들어왔는데, 정말로 마두라 사람들이 무서운 사람들입니까?』

이런 직선적이고 자존심에 관한 질문을 할 때는 약간의 푼수처럼 하는 것이 좋을 듯 했다. 그래서 조금 과대하게

『 화나면 옆에 있는 사람을 그대로 쳐죽입니까?』하고 행동까지 취하며 우스꽝스럽게 묻자.

아저씨는『 나를 한번 보세요? 내가 그렇게 무섭게 생겼어요?』

뜨거운 웃음이 용암처럼 좌르르 쏟아졌다. 웃음이 식자 나는

『 아니 아저씨 안 무서워요. 제가 인도네시아 전국을 취재하러 다녀보니 많은 사람들이 밥이나 국수를 주었으며 마두라 사람들처럼 고기국을 주는 사람들은 처음인데요.... 마두라에는 소가 많아서 그런가요?』또 웃음이 쏟아졌다.

 

 

 

그제서야 하는 관광 청에 다닌다는 아주머니의 말, 우리 마두라에는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속담이 있어요.

‘부끄럽게 사느니 죽는 편이 낫다(Lebih baik mati daripada malu)’

상대방으로부터 자존심 상하는 일이 생기면 부끄럽다고 여겨 상대방을 죽여 버리는 일이 있었지요.

그리고 우리의 자랑인 까라빤 사삐에는 모두가 우승자이고 패자는 없어요.

패자가 되면 부끄러우니 패자 부활 전에서도 우승자를 뽑지요.

 

까라빤 사삐에서의 우승자는 그들의 우상이다. 부단 선수 뿐만 아니라,

이기면 가문의 영광이고 소 값도 껑충 뛰어 오른다고 한다. 우승한 소는 자카르타까지 원정도 간다고 했다.

두 달 후면 까라빤 사삐가 마두라 섬 전체에 있으니 그때도 꼭 오라고 했다.

나는 그때 있을 거대한 행사가 벌써부터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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