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취재.촬영/취재 현장 이야기

담배 공장에서 생긴 일 1

이부김 2007. 6. 14.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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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배 공장에서 생긴 일 1

 


'귀신'하면 제일 먼저 초등학교 5학년 때가 생각난다. 밤 중에 마당을 지나 변소 가다가 마당에서 놓인 지게를 보고 귀신인줄 알고 놀라 큰 소리지르며 울었다. 얼마나 무서웠는지, 지금도 어제

밤에 꾼 꿈같다.

사실, 나는 귀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하지만 귀신은 있었다. 내 눈으로 보이지 않았지만 살아 있는 것을 사람들이 증명해 주었으니. 마치, 바람을 만질 수도 볼 수도 없으나 나뭇잎으로

통해 느낄 수 있듯이, 내가 인도네시아 사람들을 통해 느끼고 겪었던
귀신 이야길 해 볼까 한다.

 

2006년 3월 하순 어느 맑은 날. 인도네시아 동부 자바의 말랑에서 있었던 일이다. 시내 중심에  위치한 담배 공장에서 수 십여 명의 직공들이 귀신들린 일이 있었다. 그 다음 날은  인도네시아

제 2의 도시, 수라 바야 중, 고등학교에서 수 십여 명의 학생들이 또 귀신 들었단다.
귀신들이 머물다가는 곳이나 여러 가지 재료들을 종합하여 취재를 했다. 하지만 어떻게 그 무시무시한 귀신들의 세계를 나 혼자 노크를 한단 말인가, 그래서 KBS TV  ' 놀라운 아시아' 프로그램 제작 피디와 둘이서 촬영을 시작했다.

 

말랑에 있는 번뚤이라는 담배 공장으로 찾아갔다. 신문 방송으로 많이 떠들어버린 탓으로 담배 공장 경비는 작은 창문으로 고개를 내 밀고 용무를 물어 보더니, 손사래를 치며 아예 대문은 열어주지도 않았다. 
귀신 들렸던 사람들을 암암리 섭외 하려고 했으나, 만약 외부로부터 이번 사건에 관하여 증언을 해주게 되면 직장을 그만 둬야 한다고 하니,
그런 위험 부담을 책임질 수까지는 없었다.

그래서 퇴근 시간을 기다렸다가 퇴근하는 사람을 붙잡아 말을 붙여 보았다. 맨 처음에 귀신들린 사람이 담배 공장에서 일하기 전 '자란께빵'을 하던 사람이었는데 점심 시간에 자란 께빵의

음악을 듣고 장단을 맞추어 흔들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귀신이 들어 갔다고 했다. 그래서

옆에 동료들이 신들린 그를 흔들어 깨우려고 손으로 흔들자, 옆 동료에게 퍼졌고 또 그의 몸에

손을 대니 또 다른 동료에게로 계속 퍼져나갔다고 한다.


이건 분명 기적이다. 그러나  어둠이 묻은 희한한 기적. 예수님은 병자를 고치려고 손을 대었더니 병이 나았다. 그러나 이들은 친구를 도우려고 손을 대었더니 오히려 귀신이 손 댄 사람에게 들어갔다. 그날 다단계식으로 귀신이 전염 된 것이 수 십여 명에 이르게 되었다고 했다.

 

담배 회사는 사내 병원이 있었다. 그 당시 진찰했던  의사를 만나고 싶어 피디와 나는 지혜를 짰다. 약을 사면서 간호원에게 외부 사람들도 진찰을 받을 수 있는지를 물어 보았다. 된다고 했다. 접수 후 진료 받으러 가는 복도에서부터 카메라를 켜고 들어 갔다. 다시 말하면 몰래 카메라가

시작 되었다.
의사는 점잖게 앉아 있었다.

“ 어제 한국에서 왔는데 배탈이 심하게 나서 지나가다 들어왔어요”
멀쩡한 피디를 환자로 만들면서 우리의 병원놀이가 시작되었다. 피디는 침대에 누워 옷을 걷어

 올렸고 나는 카메라를 의사쪽으로 돌렸다가, 의사가 책상에 앉을 때 다시 방향으로 맞추었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처음으로 듣는 신기한 일이라며 의사에게 슬슬 이야기를 유도하였다.

“요즘 신분 방송에 나오는 뉴스 귀신 들린 사건, 그런 일이 정말 있었어요?”
“ 현대 의학으로 증명은 할 수 없지만 사실입니다.”

라고 말했고 피디와 나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주 공감하듯이

“ 네, 그렇군요!”  
내가 고개를 끄덕인 것,  그것은 귀신 들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신비로워서가 아니라, 인터뷰를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아마 피디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담배 공장에서 귀신 취재에 응해주지

않았지만 우리는 귀신처럼 취재의 물꼬를 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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